세상에 없는 나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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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장춘에 머물며 한국과 중국에 서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 조선족 작가 금희(본명 김금희)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소설집 <세상에 없는 나의 집>을 선보인다 금희는 2013년 소설집 <슈뢰딩거의 상자>를 중국에서 출간한 뒤 2014년 봄, 계간 「창작과비평」에 조선족 사회의 탈북 여성 이야기를 다룬 단편 '옥화'를 발표하며 한국 문단 에 신선한 활력을 불러일으켰다 현실을 뚫고 나가는 박력있는 서사와 섬세한 심리묘사로 조선족 사회에서 바라보는 탈북자 문제, 중국의 소수민족으로서 체감하는 정체성의 갈등 과정 등을 핍진하게 그려낸 일곱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한국문학의 시야가 금희 이후 또 한번 넓어졌음을 절로 느낄 수 있다 결코 우회하지 않는 금희 소설의 다채롭고도 선명한 이야기는 새롭고 의미있는 징표이자 신선한 질문으로 다가올 것이다 눈만 뜨면 일, 일하는 것 외에 그 나라 일반 국민이 누릴 수 있는 어떤 것도 누릴 수 없는 돈벌이 기계 같은 생활, 그곳에서 시형네는 몸뚱어리 하나와 불법체류자의 신분 외에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 들이었다 아무도 알지 못하고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시형네는 어디를 가 나 누구를 만나나 자신들의 진실한 이야기를 꺼내놓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사람이 말이야, 그 상황에 들어가 니까 그렇게 되더라고. 자기는 안 그럴 것 같지? 흐흐. 아니야. 사람은 다 같애” 시형의 발랄한 웃음 속에 서 홍은 자기편이 아닌 땅에서 살아 가는 이들의 불안함을 보았다 (「옥화 ) “가능성의 유혹 때문이지요. 좀더 돈이 있었으면 미국으로 보내주고 싶은데, 그렇게는 어려우니까 차라리 가능성의 나라인 중국을 택한 거죠우리 세대야 뭐 더이상 큰 반전 이 있겠어요? 다 자식들의 장래를 위하는 짓이지요” 수미와 자신은 생계를 위하여, 이 여자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하여, 그리고 선아는 생존을 위하여 떠나가 고 또 떠나오는 것이다 “허 참, 사람 사는 거 보면…… 그러네요 우리는 좀더 잘살아보자고 그쪽 나 라로 떠나가고, 그쪽은 또 더 잘살 아보자고 이쪽 나라로 떠나오고” (「노마드」 ) 정처없이 풀밭만 찾아다니던 유목 민들처럼 끝없이 떠나고 다시 시작 하기를 반복하던 노마드 하나가 돌아왔다는 것그녀도 이제 그만 텐트를 내려놓고 누군가와 집이라도 짓고 싶어한다는 것 그것보다 박철이에게 더 중요한 일은 지금 없었다 매번 그들과 만나고 돌아올 때면, 나는 어느 누구하고도 같지 않은 나 자신을 더 또렷이 느끼곤 했다 절대로 연주나 다른 나라 사람들을 닮지 않았기에 닝은 온전히 닝 자신 이었다 연주가 온전히 연주인 것처럼. 그렇다면나는 온전한 내가 아니고 또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속으로 문뜩 아 그렇구나나는 아무리 해도 그녀들이 될 수 없는 거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사람이 있을까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는 바로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그 자체일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이’와 ‘저’ 사이에 존재하는 무수한 회색지대 들그 지대마다 완전히 그 지대에 속하는 것들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두개의 완전수 사이에 확실하게 존재하는 무수한 소수들처럼 조국에서 중국으로, 중국에서 다시 한국으로그저 떠나가는 게 그들의 바람이었단 말인가 어쩌면 저런 불안감 때문에 그들은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인가. 다시는 불안하지 않을 곳으로…… 시장이 자유로워지며 국경 또한 느슨해질 때부터 동네 사람들의 새로운 이주는 이미 시작되었다 살기 좋은 곳을 찾아 멀리 산을 넘고 물을 건너오던 당시처럼 또다 시 더 살기 좋다는 곳으로 떠나가는 것이었다 청도, 북경, 천진, 상해 그리고 한국 일본 혹은 캐나다나 미국으로 “일 보고 오세요, 몸조심하고. 우린 괜찮아요. 뭣 땜에 그렇게 다니는 줄 아니까.” 유는 그 문자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무엇 때문에 다니는 줄 안다니, 대체 뭘 안다는 걸까 유의 할아버지 세대가 떠났던 것이 새로운 희망을 찾아서였다는 것? 유의 아버지가 떠났던 것은 자유를 위해서라는 것? 아니면, 유가 떠났던 것이 어떤 꿈 때문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인가 세상에 없는 나만의 집을 짓는다는 것 작가 금희는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말했다 “언젠가 흔적 없이 사라질 나 자신 이 세상에 대하여 실체가 아닌 것처럼 내 위에 덧입힌 가족, 직업, 민족, 국적 같은 것들도 결국 그 자체만으로 나에 대하여 실체가 될 수는 없는” 거라고 작은 조선족 마을에서 태어나 두 언어를 사용하며 자라온 작가 자신이 생을 다해 고민했을 정체성의 문제는 결국 ‘진정한 나는 대체 누구인가’ 라는 질문으로 되돌아와 「세상에 없는 나의 집」을 쓰게 했을 것이다 어쩌면 온전한 자신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삶은, 존재 자체를 조건 없이 환대해줄 집을 찾기 위한 여행일 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하나같이 ‘집’이 없다해서 표제작에 등장하는 ‘나’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중국식 외관에 조선식 인테리어를 한 나만의 집을 짓는다 작가에게 ‘집을 짓는다’는 건 어쩌면 ‘이야기를 짓는다’는 것과 같은 말일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작가 금희는‘세상에 없는 나의 집’을 넘어서서 세상에 다시없을 나만 의 집을 우뚝 세웠다 국적, 민족, 성별, 그리고 문학을 넘어 서서 현실에 육박해들어오는 금희 소설 의 이야기는 분명 우리 문학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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