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노스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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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 이름은 약간 특이했다 구휴안이다 이름이 특이한것만큼 아주 유별한 취미 를 가지고있었다 그리스신화에 미쳤던것이다 그리스신화에 관해서는 그 분야의 학자 못지 않게 박식한 사람이였다 그래서 돈을 많이 모으게 되면 그리스로 가서 사는것이 구휴안의 꿈이였다 나중에 우리 모두 그리스에 가서 살아야 하니깐 저축을 잘해놔야 해 구휴안의 안해는 수많은 나라를 놔두고 왜 하필 그리스에 가서 살아야 하는지 리해할수 없어했다 그는 안해에게 단 한번도 자신의 꿈에 대해 얘기한적이 없었기때문이였다 일본에 간후 구휴안의 꿈은 다시 새록새 록 되살아나게 되였다 고된 일상에 시달리고나서 폭풍같은 잠속 에 휘말려 들어갔을 때에도 그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들과 대화하는 잠꼬대 를 했다 아들이 고등학교에 들어간 첫날, 구휴안은 본인이 다년간 돈버는 기계와 돈 부치는 기계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였다 그날 그는 나이를 너무 많이 먹었다는 생각을 접어두고 처음으로 자신을 위해 슬피 울었다 그러나 또 한편 그리스신화를 마음에 품고 아직 꿈을 접지 않은것에 감격했다 그래서 일본에서 보냈던 시간이 랑비라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거울에 비친 피로에 쩐 주름잡힌 얼굴을 향해 그렇게 자신을 위로했다 인간이 신에게 받은 가장 큰 선물은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힘이라고 생각한 그는 일주일 뒤 가족들하고 한마디 상의도 없이 귀국했다 공항에서부터 집으로 향하는 택시안에서 상상했던것보다 더 화려해진 도시를 바라 보며 그는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였다 그는 문득 혼란스러워졌다 늙은 아버지는 십년만에 아들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자기 키를 휠씬 넘어선 대학생 청년 이 자기 아들이라는게 도무지 믿겨지지가 않았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안해도 혈색이 좋아 보였다 한가족 한식솔들은 한데 어울려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갔다. 입주한지 삼년이 넘었다는 새아파트는 넓고 쾌적했다 아들이라는 존재가 그러하듯 구휴안의 아들도 그에게 아침저녁으로 례의적인 인사만 전하는것 외에 더 이상의 말은 건네주지 않았다 안해는 아침에 점심먹거리까지 다 준비 해놓고 집을 나섰다가 저녁에야 돌아왔다 아버지도 로인회관에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고 저녁무렵에 귀가했다 그리하여 구휴안만 할 일 없는 사람처럼 비춰졌다 구휴안에게 지루하기 짝이 없던 시간도 뉘엿뉘엿 한달이 넘게 지났다 그쯤 아들의 개학을 앞두고 안해는 이상한 뉘앙스를 풍기는 말을 여러번 했다 내용인즉 이왕 일본에서 십년동안 고생했 는데 아들이 대학졸업할 때까지만이라도 조금 참아줬으면 더 좋았지 않았나 뭐 그런거였다 그는 서운하지도 화가 나지도 않았다 그냥 너털웃음이 나올뿐이였다 다들 집밖에 나간 뒤 텅빈 집에 홀로 있게 된 구휴안은 십년만에 귀국해 집으로 들어 오던 그날밤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밤이 되자 아들과 아버지는 각각자기 방으 로 숨어버렸다. 거실에 안해와 단둘이 남게 되자 그는 도저히 설명이 안되는 어색함으로 계속 앉아 있어야 할지 아니면... 그리고 한편 자기가 번 돈으로 산 집에서 왜 이런 고민에 시달리며 이토록 자유롭지 못해야 하는지 알수가 없었다 리해범위 바깥에서 겉도는 딱한 분위기가 구휴안의 숨통을 옥죄였다 십년만에 안해 옆에 누운 그는 방안의 공기가 점점 탁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안해와 한 이불속에 있다는 자체가 왜 이토록 거부감이 생기는지 몰랐다 구휴안은 몸을 살며시 일으켜 베란다에 나가 담배를 피웠다. 잠깐동안 복잡한 감정에 시달렸던 탓인지 그는 자신이 순식간에 폭삭 늙어버렸다고 느꼈다 내뿜은 담배연기처럼 밤공기속으로 자기가 조용히, 아주 조용히 흩어져버리는것만 같 았다 그런 무서운 생각이 들자 물었던 담배를 확 뱉어버리고 량팔을 겹쳐 자신의 어깨를 꽉 움켜 안았다 입속으로 짭짤한 액체가 흘러들어왔다 눈물이였다. 구휴안은 생애 처음으로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결심을 내렸다. 그리스로 가서 살아야겠다는 말을 내일은 꼭 할것이라고 다짐했다 ... 새벽 4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안해가 어디를 갖다오는 길인지가 궁금했던것이 아니라 안해가 당황해하는 눈빛이 그를 혼란스럽게 만들었을뿐이였다 그래서 그는 그리스에 관한얘기를 다음에 하기로 했다 준비 안된 거짓말은 고약한 냄새를 풍기기때문에 안하는 쪽이 났다는것을 그의 안해는 몰랐다 친구가 갑자기 응급실에 실려가서 병원에 다녀오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 다음날도 다음 다음날도 그는 그리스에 관한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 어찌된 일인지 그말이 목구멍에서 나와주지 않았다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 리유를 알아냈을 때 그는 본인이 벌레처럼 징그러웠다 결국은 돈이였다 구휴안은 자신이 경제권도 지배권도 없는 허당이라는 사실앞에서 경악했다 그후 극심한 스트레스가 그를 덮쳤다 돈을 벌지 않는 구휴안은 가족한테 아무것도 아닌걸로 되여있었다 그는 현실을 직시하고 자기의 처지를 너그럽게 리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자세로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여야만 앞으로 별탈없이 살아갈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기 처지에 맞게 인생을 새롭게 각색하자니 애석하게도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앞에서 자꾸만 서글퍼졌다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가 되였다는 느낌이 부지불식간에 찾아와 그의 령혼을 좀 먹게 했다 그리고 시간은 늦가을을 유유히 스쳐가고있었다 그는 새롭게 출판된 그리스신화에 관한 책을 사러 서점에 들렀다 서점문을 나서면서 그는 기괴하게 파란 늦가을 하늘을 쳐다봤다 정오의 해빛이 그의 눈속을 파고들었다 갑자기 극심한 현기증을 느낀 구휴안이 서점앞에서 쓰러졌다 구휴안은 폐암말기였다. 모두 전이된 상태라 수술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었다 내가 이젠 크로노스*의 시간을 떠나게 된다니 너무 좋아 나는 카이로스*에게 버림 받은 존재야 카이로스는 나를 버렸어 구휴안이 죽고 보름이 지난 어느 일요일 나는 백화점 앞에서 어떤 남자의 팔짱을 끼고 지나가는 구휴안의 안해를 봤다 구휴안의 아내는 무척 행복해보였다 저자:환지 [연변일보 2014 해란강 문학상 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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