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조선족

bigtoday > korean > 오늘의 한마디





        나는 일본에 산다 세계 경제대국으로 꼽히는 아침의 나라 기모노를 입고 늘 생글거리는 미소가 하얀 백목련으로 아름다운 나라 이곳에서 나는 그 유명한 긴자거리를 옆집 쌍가매네집 놀러 가듯 동네돌이처럼 한다 초밥을 먹고 아사히를 마시며 사시미에 심취되기도 하지만 대화를 할라치면 발음부터 꼬인다 악센트에서 여지없이 드러나 는나는 이방인 어쩔 수 없는 이방인 당신 재팬? 아니요! 차이나? 아니요! 나는 재일 조선족입니다 조선족? 코리아? 아니요! 아니요!! 아니요!!! 나는 말입니다 중국 조선족입니다! 동그란 도쿄에서 도쿄가 세상 전부인 듯이 생각하는 일본인들은 알 수가 없으리라 중국에서 소수민족으로 살고 있는 내 형제들을 한반도에서 북만주로 갔다가 이제 개혁개방으로 일본까지 건너와 이렇게 오겡끼데스까를 중얼거리는 내가 중국 조선족이라는 사실을 김치를 좋아하는 내 아이들이 때로는 아리랑을 흥얼거린다 는사실을 도쿄의 터널 어느 별에서 왔는지 전혀 관심이 없지요 오 나의 도쿄 네모 반듯한 미소만 넘치는 곳 칼로 자르듯 거절하지 않는 곳 누군가에게는 천국이고 누군가에게는 지옥이겠지요 왜 여기 이러고 있는지 아무도 물어주지 않아요 오 나의 도쿄 나의 항구 하소연은 귀등으로 스치네요 누군가에게는 사랑이 꽃피는 거리 누군가에게는 가족마저 잃어야 하는 곳 가을도 아닌데 해살만 눈부시고 겨울도 아닌데 찬바람이 부는 곳 죽음과 환생의 갈림길을 수없이 오가며 방황이 반칙으로 결론나는 곳 오 도쿄 오 나의 도쿄 나의 청춘의 터널이여 도쿄의 텃새 도쿄의 까마귀는 길조도 흉조도 아니고 그냥 텃새라 부른다 도쿄의 아침은 그 까악까악 소리에 열리고 이 텃새들은 까만 눈이 아닌 냄새로먹이를 찾아헤맨다 그물을 덮어 길바닥에 내놓은음식물 쓰레기통을 덮치는도심 속 무법자들 어둠이 춤 출 때에야 비로소 시큼한 입을 다시며 시커먼 하늘공중으로 날아오른다 도쿄는 매일마다 먹이를 찾아헤매는 텃새들의 보금자리이고 아침마다 잠 깨우는 까마귀 까마귀 남편과 새끼들을 먹이겠노라 아침부터 주방에서 분주한 나도도쿄의 한 마리 텃새일가 이름만이라도 철새라 불리웠으면 언젠가 고향 돌아갈 아아 그 이름 철새 철새 류춘옥(柳春玉) (재일조선족)







도쿄의 조선족/류춘옥/조글로


오늘의 한마디모음